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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숙의 [먹어도 됩니다] 평범한 재료, 비범한 효능-- 우리 된장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는 우리 음식, 된장. 내 몸에 약이 되는 된장 잘 먹기부터, 건강한 된장 레시피까지 국민 장류, 된장에 관한 맛있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약, 된장
구수한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으로 김치, 고추장과 더불어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찌개, 나물뿐 아니라 부침, 구이, 찜, 조림, 쌈장 등 끓이고, 무치고, 찍어 먹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 식탁에 매일같이 오른다. 장을 즐겨 먹는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장은 최초에 중국에서 건너왔지만 메주를 쑤어 담그는 것은 우리 고유의 방식이다. 중국의 장은 원래 육장(肉醬)이나 어장(魚醬)으로 고기나 생선을 말려 가루 낸 것을 발효시켜 만든 것이다. 한국식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두장(豆醬)으로, 메주로 장을 담가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로 만든다. 늦가을에 흰콩을 무르게 삶아 네모나게 메주를 빚어 따뜻한 곳에 곰팡이를 충분히 띄워 말려두었다가, 음력 정월 이후 소금물에 넣어 담그면 뭉근하게 발효된 장이 된다. 맛이 충분히 우러나면 짠 국물은 간장으로 쓰고, 되직한 건더기는 소금 간을 해 따로 항아리에 꾹 눌러두고 된장으로 사용한다. 된장만큼 종류가 많은 식품도 드물다. 숙성 시간, 숙성 방법은 물론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청국장, 막장, 즙장, 토장 및 지역의 특수장까지 무려 수 십여 종의 된장이 있다. 된장은 오랫동안 상하지 않고, 다른 맛과 섞어도 제 맛을 내는 만능 식재료다.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도 있고,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해 고기와 해산물 요리에도 두루 잘 어울린다.
전통 된장, 글로벌 슈퍼 푸드가 되다
치즈, 요구르트 등 발효 식품의 효능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우리 된장 역시 재조명받고 있다. 글로벌 헬시 푸드로 떠오른 된장의 주원료는 콩. 영양가가 높은 콩은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동맥경화, 심장 질환이 염려되는 사람에게도 좋다. 콩 속의 레시틴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원료. 두뇌에 정보를 전달하고 보관, 정리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로 건강하고 똑똑한 뇌일수록 아세틸콜린이 많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된장 속에 함유된 리노레인산을 비롯한 여러 물질에는 발암 물질을 90% 이상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된장이 발효되면서 생성되는 좋은 효소균은 체내의 혈액순환을 돕고 소화율을 높이며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본에도 '미소'라 불리는 된장이 있지만 자연 발효를 하는 한국의 재래식 된장과는 다르다. 기후가 습한 섬나라의 특성상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발효하도록 두면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쌀, 보리, 밀 등 전분질에 황국균을 접종하여 만든 코지를 이용해 콩과 혼합하여 미소를 만든다. 낫토는 청국장과 비슷한 대두 발효식품으로 삶은 콩을 볏짚에 싸서 40~50℃에서 하루 동안 발효시켜 먹는다. 이 역시 자연 발효는 방식은 아니고 삶은 콩 안의 낫토균을 순수 배양하여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중국의 대표 된장인 춘장은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단맛이 나는 장이다. 그 밖에 같은 재료로 수분이 많게 만든 면장, 고추를 넣어 발효시킨 두반장, 해산물로 만든 해선장, 깨를 갈아 만든 마장 등 20여 종이 있으나 원재료와 발효 방식, 맛과 조리 방법 등에서 한국의 재래 된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 된장의 대표 종류
1 막장_ 장을 담근 지 15일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는 속성 장. 메주를 빠개어 가루로 만들어 담갔다고 하여 지역에 따라 '빠개장' 또는 '가루장'이라고도 한다.
2 막된장_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킨 후 간장을 빼고 난 부산물로 만든 된장.
3 청국장_ 푹 삶은 콩에 소금을 넣지 않고 통째로 담아 40~50℃의 더운 곳에서 2~3일 정도 발효시킨 뒤 절구에 반 정도만 찧어서 소금,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섞어 만드는 장. 소금을 적게 넣기 때문에 다른 장에 비해 오랫동안 두고 먹기는 어렵다.
4 토장_ 간장을 뜨지 않은 된장. 막된장에 메줏가루와 소금물을 섞거나, 막된장을 넣지 않고 메줏가루에 소금물만을 넣고 담가 2~3개월 숙성시킨 것.
5 즙장_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많이 먹는 장으로 '집장'이라고도 한다. 보리에 콩을 섞어 만든 즙장용 메주를 가루로 만들어 무, 오이, 가지, 배추, 고추 등의 채소 썬 것과 함께 소금물에 담가 햇볕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속성으로 만든다.
6 두부장_ 사찰에서 많이 만들어 먹던 장으로 물기를 제거한 두부를 으깨어 소금 간을 해 항아리에 넣어두었다가 참기름, 고춧가루, 참깨로 양념해 베자루에 담아 한 달 후 먹는다.
된장소고기 샤브샤브
재료: 소고기 등심 200g, 버섯(표고 5개, 새송이 2개, 팽이 1봉), 배추·쑥갓·청경채 100g씩, 대파 1대, 완자(소고기 간 것 100g, 두부 1/2모, 소금·후춧가루·참기름·깨 약간씩) 10개, 육수(다시물-다시마 5㎝ 크기 2장·멸치 6마리·마른 새우 5마리·파뿌리 2개) 1ℓ, 된장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1. 등심은 한입 크기로 썬다.
2. 소고기 간 것과 각종 야채를 깨끗이 손질해 먹기 좋게 썬다.
3. 소고기 간 것에 보자기에 넣고 물기를 꼭 짠 두부를 넣어 갖은 양념을 해 완자를 빚는다.
4. 다시마, 멸치, 마른 새우, 파뿌리를 물 1ℓ에 넣고 7~8분가량 팔팔 끓인 다음 재료만 건져내 육수를 만든다.
5. 4에 된장 1큰술을 망에 개어 넣고 국물을 낸다.
6. 손질한 등심과 야채, 고기 완자를 큰 접시에 먹기 편하게 담아 된장 육수와 함께 낸다.
tip <먹거리 X-파일>의 검증단으로 찾아낸 한 식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메뉴. 잔반을 재사용해 착한 식당은 되지 못했지만 된장 국물을 육수로 낸 샤브샤브의 맛은 풍부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그만이었다. 구수한 된장 국물은 소고기와 특히 잘 어울리고, 잡냄새도 잡아주어 좋다.
+자연요리 연구가 박종숙의 된장 잘 먹기 팁
1 끓이기_ 고온에서 영양 성분이 파괴된다고 국을 끓일 때 된장을 가장 마지막에 넣기도 하는데, 팔팔 끓는 온도에서도 살아남는 좋은 균들이 있으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국물 요리를 할 때는 다싯물에 된장을 먼저 풀고, 오랫동안 끓여야 깊은 맛이 난다.
2 보관하기_ 항아리에서 옮기고 난 후에는 실온에 보관하지 말고 냉장고에 두고 먹어야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3 먹기_ 된장은 오래 보관하고 먹는 저장식으로 소금이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된장 자체가 아니라 식습관. 이미 간이 된 음식도 왠지 허전해 장을 찍어먹거나 무조건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습관을 줄여보자. 된장과 간장만으로도 깊고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두부나 견과류, 해산물 등 부재료를 첨가하면 저염식이 되면서 풍미도 좋아진다.
4 시판 된장 잘 고르기_ 개량식 된장은 메주 대신 삶은 콩에 밀을 섞어 곰팡이균의 일종인 코지균으로 발효시켜 만드는 것으로, 전통 된장에 비해 숙성 기간이 짧다. 저가의 수입콩을 사용하는 순간 좋은 된장이 될 수 없다. 또 시판 된장은 첨가물이 들어가 재래식 된장보다 단맛이 강하고 짠맛은 덜한데, 이 때문에 오히려 사용량이 많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해산물 현미찹쌀수제비
재료: 해산물(바지락 1줌, 새우 3마리, 주꾸미 2마리), 된장 1큰술, 방울토마토 5개, 청경채 1줌, 다진 마늘·정종 1큰술씩, 양파 1/2개, 참기름·후춧가루 약간씩, 수제비 반죽(현미 찹쌀가루 1컵, 우리밀 통밀가루 2컵, 쑥가루 약간 1/3컵)
1. 바지락은 해감한 뒤 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부어 한소끔 끓여 익힌다.
2. 주꾸미와 새우는 한입 크기로 손질한다.
3. 방울토마토는 반 가르고 청경채도 먹기 좋게 썬다.
4. 현미 찹쌀가루, 통밀가루에 쑥가루를 넣고 묽어지지 않게 물을 넣어가며 수제비 반죽을 치댄다.
5.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준비한 바지락, 주꾸미, 새우를 넣어 센 불에서 재빨리 볶는다.
6. 1에 정종과 방울토마토를 넣고, 의 바지락 삶은 물을 부어 한소끔 끓으면 된장을 망에 개어 풀어준다.
7. 6에 수제비, 청경채, 양파를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tip 평소 자주 해먹는 멸치 다싯물 대신 된장으로 육수를 내니 깊은 맛에 감칠맛까지 난다. 쑥 향이 나는 수제비에 제철 맞은 해산물을 풍성하게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어 별미 파스타 완성.
바지락 쌈장
재료: 된장·풋고추·바지락살 200g씩, 정종·버섯멸치가루·참기름·통깨 1/2컵씩, 조청 1/3컵, 다진 마늘 2큰술, 양파 1개
1. 풋고추와 양파는 곱게 다진다.
2. 냄비에 바지락살, 다진 풋고추와 양파, 마늘을 넣고 참기름을 뿌려 센 불에서 고소하게 볶는다.
3. 재료가 반투명해질 정도로 익어 수분이 살짝 나오면 된장을 넣고 중간 불에서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
4. 어느 정도 볶아지면 나머지 양념을 넣고 마저 볶아 한 김 빼서 보관한다.
tip 해산물 대신 표고버섯, 두부, 견과류, 마늘, 강황가루 등 기호에 따라 부재료를 첨가하면 식감과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짠맛도 덜어지고 영양소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어 일석이조.
*박종숙 씨는 좋은 먹을거리가 곧 착한 먹을거리라고 여기는 자연요리 연구가. 직접 키우고 재배하는 건강한 식재료로 저염식, 각종 조미료를 배제한 맛있는 한식 자연요리를 만들어 오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요리 강의를 해왔으며,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검증단, 한국농어촌공사 향토음식개발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경기도 광주의 깨끗한 자연에 자리 잡은 그녀의 집과 작업실은 최근 국제외교관부인회 자연요리 체험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진행 김일아 기자 | 사진 백경호 | 요리 박종숙(www.pjsnf.com) | 그릇협찬 THO·Art 갤러리(031-634-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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