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바지 고개를 접어 저만치 물러 서는 가을, 내 나이도 이 계절처럼 단풍이 들기 시작했겠지
또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나마 예쁘게 보아 주던 내 나이, 지금의 단풍이 귀찮은 낙엽이 되어 바람에 쓸려 뒹굴 듯 서글픈 노년으로 접어들지는 않을까?
오늘도 나는 교회에서 노소를 넘어서는 정겨운 벗들을 만나, 그들이 풀어 놓은 인생의 보따리를 헤쳐 들여다 본다.
연배로 치자면 나에게 그들은 부모님의 배분이지만 늘 이렇게 대할 때마다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연결해 주는 인생의 친구들을 만나는 느낌이다.
젊음의 열기는 이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지만 살아오면서 터득하게 된 삶의 올망졸망 빛나는 지혜를 배운다.
이들의 깊게 패인 주름진 삶을 바라보노라면 밀고 오는 세월에 밀리고 각박한 사회로부터 밀려서 그저 ‘시골노인’이 되어 버리고 화려한 단풍의 계절도 짧게 바람의 등쌀에 떨어져 쓸쓸한 길거리에 뒹구는 귀찮은 낙엽이란 정의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시선
한 평생을 농삿일로 자식을 키우며 살아 온, 우직한 그들의 삶을 통해 내 인생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이제 이만한 연세들이라면 삶의 고단함을 늦추고 마지막 지나는 황혼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를 받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평소 건강했던 이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노환은 -먼 훗날-, 또는 가까운 어느 날, -남의 일이 아닌- ‘나도 겪어야 할 일’이 아니던가!
언젠가 이들이 선 그 자리에 나도 서게 될 때 나의 연약한 내면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가시고기'에서 말하는 “오늘은 어제 죽어 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었다.”는 문구가 뼈저리게 사무치고 있다.
항상,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지만 내 모습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보아 온 적은 거의 없었다. 늘 청춘의 내 모습만 기억하고 거울 속, 종횡으로 그어진 잔주름을 볼 때도 나는 ‘나’를 보지 못하다가 내 나이의 사람들을 대할 때에야 비로소 그들에게서 내 나이를 발견하게 된다.
현자들은 ‘나이 불혹을 넘기면 자기의 얼굴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데 하나 둘 주름이 깊게 패이는 내 얼굴,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어떤 삶의 무게를 발견할 수 있을까?
화려했던 단풍 빛이 바래져 낙엽이 되어 가는 황혼의 계절을 걷는 이들에게서 나는 나의 내일을 보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세월의 분량으로 살아가지만 황혼의 때에 어떤 이는 낙엽으로 뒹굴고 어떤 이는 꿈꾸는 소녀들의 책갈피에서 고운 단풍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늘 신실한 마음가짐으로 온유와 인자와 성실로 지금을 살아 가노라면 행여 지금이 나의 마지막이 될지라도 책갈피 곱게 갈무리된 단풍으로 남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김장을 하기 위해 담그는 물이 손에 차다. 낙엽은 여기 저기 바람에 휩쓸려 뒹굴고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인생의 황혼은 오고 있다.
작성일은 여름인데 요즘읽기에 너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두 번 직접가서 뵈었지만 만날때마다 친구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의 열정에 늘 감동 되었구요 남편과 함께 늘 생각했습니다 퇴직하면 농촌교회 섬기기를..... 지난번 뵈었을때 성전건축한다는 얘기듣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성전이 완공 될 때까지 기도하겠습니다 (2006-10-24 18:03:28)
남원,최진사
넘 멎진글이군요...
사모님이 이런 글솜씨가있는것을 미처 몰랏네요..
오늘 우연이 본 이작품이 사모님을 보는듣 하네요...
인생이 덧없이 흘러가는 서글픔이 묻어나는군요..
수없는 사건속에서 찢겨지고 상처받은 우리 인생이 시간이 지나고보면 아른한 추억에 바래진 사진처럼 그렇게 남겟죠...
어느시인이 말햇던가요..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말라고..
시간이 지나면 다 그리워진다구....
열심이 사시는 그대들을보고오면서 나의 허송세월을 다시 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해 봄니다....늘 건강하식 행복하세요.... (2006-07-26 12:56: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