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해목 (雪害木).....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이 되면 나뭇가지들이 많이 꺽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 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 앞에서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 겨울이 지나고 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사밧티의 온 시민들을 공포에 떨 게 하던 살인귀

앙굴리말라를 귀의시킨 것은 부처님의 신통력이 아니었다.

위엄도 권위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자비였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살인귀라 할지라도

차별없는 훈훈한 사랑 앞에서는 돌아 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법 정

청산은 나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소똥불 헤치며 감자 구워 먹는 맛

왕사니 국사니 내 알 바 없소

묻지 마소 묻지 마소

게을러 콧물도 못 닦는 주제인데

도는 또한 어이 알턱이 있겠소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엔 달이 밝다

여름엔 시원한 바람 겨울엔 하얀 눈

부질없는 욕심 버리고 나면

삶은 언제나 넉넉하고 즐거운 것을....

土窟歌(토굴가) / 나옹선사

여호와여 !

당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은

공의와 자비와 겸손과 사랑하는 삶이거늘.....

천천의 수양과 만만의 강수와 같은 기름

그리고 우리의 맏아들처럼 소중한 것을 당신께 드린다 한들

그것이 창조주인 당신에게 무엇이 유익하리이까?

오직 우리의 민족으로 인자를 사랑하게 하사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는 나라되게 하소서

구약 성서 / 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