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보다
심농 김경준
아침기도를 마치고
새벽 강가에 서서
기도하는 언어 가득한 꿈을 꾸는 눈동자
스스로를 바라보는 서정적인 미소로.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빼곡한 산들이 양파껍질처럼 둘러싼 산골에서
겨울의 긴 밤은 일곱 시 가 넘어야 물어날 테고.
그 때까지 무턱대고 이런 모양으로 서서
내 인생이 밀고 오는 시간들을
마냥 제쳐 두고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마을의 강가를 길게 돌아서
동틀 녘,
이른 아침 들판을 가로지르는 노인의 구부정한 등이
흰 눈을 밟으면서 내가 끌고 오는 점으로 이어진 직선과
엇각으로 마주치며
길게 횡선을 그으면서 지나가고 있다.
남들은 모나리자를 보노라면 모두 신비한 미소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무리 다시 보아도
정말과 희망이 겹친 묘한 얼굴일 뿐이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리고 구부정한 노인의 뒷모습이
모나리자의 웃음과 흡사했었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까?
집을 향한 걸음,
한 움큼 열어 제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내가 요리하는 후덥지근한 수증기가
회오리치듯 달려들며 반긴다.
아!!
그래, 맛이었구나, 맛이었어!!!
인생도, 현실도, 숨 쉬고 살아가는 것도... 맛이었구나.
우리가 불을 가지고 요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 봤자
찌고, 볶고, 삶고, 익히고, 굽는 것!
인생의 맛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역시 맛깔 나는 인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별 것 아닌 것을....
이해하고, 관용하고, 양선하고, 베풀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믿어 주는 것...
그 일들이 오늘 내 삶과 인생과 생명과 현실을 맛있게,
행복한 시간을
접시 가득 담아내게 할 것이다.
그러니 더 무엇을 근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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