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처음으로 농약하지 않고 무 농사를 지어 무말랭이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제초제도 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일일이 사람이 몇 일씩 품을 내서 호미로 제초를 했습니다. 그리고 땅은 거짓이 없어 우리가 노력한 만큼 무는 크고 탐스럽게 뿌리를 안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판로입니다. 미처 팔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한 무는 밭에서 이렇게 썩고 있습니다. 무의 값이 싸서 사러 오는 중간상인도 없습니다. 동네 분들 모두 와서 잡수실 수 있는 만큼 뽑아 가고 주위 식당에 뽑아 가라고 해서 뽑아 가고도 밭에는 무가 남아 썩고 있습니다.
인건비도 못 건지고 씨값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농약으로 무농사를 지어보자고 말한 제가 미안해서 집사님을 볼 낯이 없습니다. 집사님이 실망하실까봐 걱정이었는데..... 집사님은 오히려 "이제 농약하지 않고 무농사가 되는 줄 알았응께 뭔 걱정이래유? 다시 지으면 팔데야 생기겄지유, 가을을 보고 한 번 더 해 보지유, 뭐"
올 가을에는 농약하지 않고 무 농사를 지은 것으로 무 말랭이를 만들어 많이 많이 팔게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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