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사람 위에 올라설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라도 사람 아래 천한 자리에 내려가야할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섬김과 사랑이 가득한 자리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거나

아니면 스스로 거만하게 자신을 치장하고 교만한 자리에 앉아서 그 곳이 스스로 높다고 착각하고 살 뿐입니다.

재물로 이웃과 나누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일이지만

꼭 재물을 나누어 주거나 큰돈을 기부하는 것만 섬김의 자리로 간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은 자리로 돌아가기]에는 섬김의 손길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고, 관심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오래 전,

그러니까 지금은 제 아내가 된 내자와 연애를 하던 시절이니까 벌써 25년이나 전의 일입니다. 

연애를 하던 때, 결혼을 약속하면서 함께 하나님께 몇 가지 서약을 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결혼을 하면 먼저 입양을 해서 가슴으로 낳은 자녀들도 양육 하자는 것과

또 하나는 할 수 있는 대로 봉사활동을 조금씩이라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 서약에 따라 그 즈음에 청주** 맹학교 맹인야외활동 도움 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지금은 시각장애인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는 맹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저와 제 아내도 각자 경제적으로 궁한 중에 행사참가비를 내고 대천 해수욕장으로 각각 시각 장애인 한 분씩 안내를 맡아서 바닷가를 돌아보고 오는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자원하신 분들의 경제수준이 각각 다르니까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 중 어느 봉사자가 자기가 안내를 맡은 시각 장애인에게 쾌속정 보트를 태워 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삽시간에 모든 시각장애인들에게 퍼졌습니다.

문제는 거기부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닷내음을 맡고 모래사장과 바닷물을 만져보고 걸어보고 파도치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던 시각 장애인들이 자원봉사 짝꿍들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나도 배를 태워 달라]하더니 나중에는 주저앉아서 움직이지를 않고 골을 부립니다. 화를 냅니다.

사실 그 때의 저와 아내는 각각 19세와 20세로 마땅하게 돈을 벌지도 못했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자비량 봉사활동인 시각장애인 야외활동 기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버거웠고 또 주머니에 돈도 없는데도 시각 장애인은 막무가내로 배를 태워달라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었습니다.

나중에 그 시각 장애인은 노골적으로 [나는 재수가 없어서 짝을 잘 못 만나서 배도 못타보고 간다.]고 할 때에는 스무 살 어린 나이였던 제게는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의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장애인 시설 빨래 해주기, 청소해주기 봉사활동이라면 아내만 보내고 저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노인 분들이나 영아원 등으로, 그것도 물질이나 식료품, 그리고 재정적인 도움으로 섬기는 일만 했을 뿐 함께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습니다.

또 상처를 받을까 두려웠거나 아니면 예전의 상처가 의도적으로 두려워하게 했거나... 하여간 제게는 매우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마을에 계신 장애를 가지신 분과 함께 온천엘 가서 정성을 다해 몸을 씻겨 드리고 함께 점심과 저녁을 하면서 마음에 막혔던 담 같은 것을 헐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활동과 생활이 제한되어 있는 장애우들에게 재물보다 더 필요한 것은 함께하는 것, 같이 하는 것임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자주 목욕을 갈 때 쟁애우 한 명씩 함께 다녀 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2009년에는 성경 1회 통독과 불편한 분들 중의 한 분과 목욕탕에 함께 가기를 작은 목표로 세웠습니다.